한부모 가정 하면 흔히 ‘엄마와 자녀’의 구성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이를 홀로 키우는 ‘아빠 한부모’도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대한민국 한부모 가정 중 아버지가 양육권을 가진 경우는 약 15%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으로 더 이상 드문 현상이 아닙니다. 다만 여전히 복지 제도, 직장 문화, 사회 인식 등 많은 영역에서 아빠 한부모는 보이지 않는 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한부모 아빠의 사례를 통해 그들이 마주한 현실과 어려움,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보다 공감할 수 있는 시선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예상치 못한 시작, 그러나 선택은 명확했다
1. 이혼 후 아빠가 된다는 것
40세 김민수 씨(가명)는 2023년 아내와의 협의 이혼 후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혼자 키우게 되었습니다. 이혼 과정에서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학업 연속성을 고려해 아빠가 양육권을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아빠가 어떻게 아이를 키우냐”, “다시 엄마에게 보내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김 씨는 아이와의 관계가 누구보다 끈끈했고, 무엇보다 책임감 있는 부모가 되고자 결심했습니다.
2. 부모로서의 두 번째 인생 시작
혼자 아이를 키우는 삶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고, 등교 준비를 돕고, 퇴근 후 아이의 숙제를 봐주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동시에 자신도 직장에서는 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했습니다. 야근이나 회식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었습니다.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며 그는 늘 시간에 쫓겼지만, 아이가 웃으며 “아빠, 오늘 재밌었어”라고 말해줄 때마다 그는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되뇌었습니다.
2. 한부모 아빠가 마주한 현실과 편견
1. 복지 제도의 낮은 접근성
김 씨는 처음에 한부모 가정 등록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정보 부족’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복지 홍보는 여성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남성이 관련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적었습니다. ‘아이 돌봄 서비스’, ‘한부모 양육비 지원’ 등은 알고 나서야 신청할 수 있었고, 복잡한 서류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그는 몇 차례나 주민센터를 다시 방문해야 했습니다.
2. 직장 내 불이익과 눈치
직장에서는 육아 관련 휴가나 조퇴 요청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아이 엄마는 없냐”는 질문은 그의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부하 직원 앞에서는 권위가 떨어질까 봐 애써 담담하게 행동했지만, 속은 늘 복잡했습니다. 아이가 아플 때 연차를 쓰면 ‘배려받는 사람’이 아니라 ‘업무에 지장을 주는 사람’으로 인식될 때도 있었습니다.
3. 사회적 고립감
아빠라는 이유로 육아 커뮤니티나 자조모임에 참여하기 어려웠습니다. 대부분의 부모 모임은 엄마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그가 함께 활동할 공간은 거의 없었습니다. 아이 친구의 학부모 모임에서도 그는 늘 ‘예외’처럼 느껴졌습니다. 육아와 관련된 경험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그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습니다.
3. 극복을 위한 노력과 변화의 시작
1. 복지서비스 적극 활용
김 씨는 이후 서울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법률 상담, 심리 상담, 자조모임 등을 통해 같은 상황에 놓인 다른 아빠들과 교류하게 되었습니다. 육아에 대한 부담이 조금씩 가벼워졌습니다. 특히 ‘아빠한부모 전용 심리회복 프로그램’은 그가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 자기만의 루틴 만들기
직장에서는 상사와의 솔직한 면담을 통해 업무 조정을 요청했습니다. 재택근무일을 일주일에 하루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는 아이와 함께 스트레칭을 하고, 저녁에는 식사를 함께 만들며 대화를 나누는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작은 변화는 아이와의 유대감을 높이고, 일상의 안정감을 되찾게 해 주었습니다.
3.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삶
김 씨는 육아를 통해 자신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이가 던지는 질문에 답을 고민하고, 함께 웃고, 다투고, 화해하는 모든 시간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혼자 키우는 아빠’가 아니라, ‘함께 자라는 부모’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결론
한부모 아빠의 삶은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닙니다. 점점 더 많은 남성들이 아이를 책임지고, 양육합니다. 삶의 중심에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 사회 인식, 일터 문화는 그들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부모 복지정책이 ‘성별’이 아닌 ‘상황’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한부모 아빠들도 마음 편히 육아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김 씨처럼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많은 아빠들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겪는 고립이 아닌, 연결과 존중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모두의 책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